원료부터 공정까지 맑은 발효 한방차, 한국을 마시다
농업회사법인 (주)이도
이은실 대표
“발효는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이다. 젊은이의 혈기처럼 강한 기운의 한약재가 발효의 과정을 거치면 깊고 부드러워진다.”
농업회사법인 (주)이도는 발효 한차 생산 기업이다. ‘동의보감’에서부터 시작해 뿌리내린 한국의 한의학은, 동아시아에서도 유일하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 특수성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의사가 직접 각 차의 원료배합비를 처방해주면, 이은실 대표의 임무가 시작된다. 국내 최고급 약재를 찾은 뒤 최상의 품질을 위한 발효시기를 연구하는 것. 누구나 곁에 두고 마실 수 있을 만큼 쉽고 맛 또한 부드럽다. 일본과 미국, 프랑스와 독일, 캐나다 등 해외에서도 품질을 인정받은농업회사법인 (주)이도는 원료의 안정성을 위해 직접 재배까지 나서며 6차 산업으로 범위를 넓혀 발전하고 있다.
눈을 감고 기다린다, 찻잎 우러나는 시간
보글보글. 주전자에 물을 올린다. 찻주전자와 찻잔을 차려두고 티백을 고른다. ‘후련하다’ 한 팩을 꺼내 찻주전자에 넣고 따뜻한 물에 우린다. 눈을 감는다. 알싸한 도라지향이 코끝에서 은은하다. 쪼르르 한 잔을 따라 입에 머금는다. 구수한 온기가 가슴을 타고 흐른다. 온전히 내 몸에 집중할 수 있는 다도의 시간, 이 또한 치료의 시작이리라.
영농조합법인 이도는 한방 약재를 발효한 차를 만든다. 우리나라처럼 아버지는 산으로, 어머니는 들로 약초를 캐러 다니는 곳이 또 있을까. 효능이 좋다는 약재가 방송을 타면 며칠 새에 품귀현상을 일으키니, 몸 어딘가에 한방 DNA가 새겨진 듯하다. 그래서인지 한의학의 종주국이었던 중국마저 그 권위가 예전만하지 못해진 시대에도 한국은 여전히 그 명맥을 유지한다. 그런 한국만의 고유한 사회적 특수성이 농업회사법인 (주)이도를 만들었다.
2000년 무렵, 이은실 대표는 자꾸만 잠에 빠져들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꾸벅, 열심히 일을 하다가도 풀썩.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잠이 수시로 찾아오면서 큰 병원을 찾아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뇌에도 혈관에도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막연한 두려움이 엄습해올 때, 수한의원 조철화 원장을 만났다. 조 원장이 먼 지방길을 마다하지 않고 이름난 한의학 스승들을 찾아다니며 탐구한 끝에 이은실 대표가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했다. 기적이었다.
하루하루 병이 나아지는 것을 느끼면서, 이 대표는 한의학이 궁금해졌다. 조 원장 곁에서 알음알음 일을 도우며 배우던 어느 날, 한 환자가 찾아오더니 한약을 먹으면서 위가 쓰려 못살겠더니 청국장을 먹으니 쑥 가라앉았다며 성을 냈다. 강한 약재 때문이었다.
“약재는 밥보다는 조미료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식재료로 사용하는 감자나 고구마, 쌀 같은 경우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큰 탈이 나지 않아요. 그러나 조미료는 다르지요. 설탕, 소금, 고춧가루. 적정량을 먹을 때에는 이로움을 주지만 많아지면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됩니다. 그래서 약재를 다루는 일은 전문성이 필수입니다.”
환자가 던지고 간 청국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조철화 원장은 청국장에 관한 논문 수십 건을 읽었다. ‘발효’를 거치면 강한 성분은 부드러워지고, 좋은 활성성분은 흡수율이 높아진다. 영농조합법인 이도의 발효 한차의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있으랴
2007년 농업회사법인 (주)이도를 설립한 이 대표는 하루에 3~4시간씩 잠을 자며 좋은 원재료, 좋은 발효만을 위해 달렸다. 그러나 정갈한 결심으로만 성장하기에는 녹록치 않은 세상이었다. 국내에서는 한방차가 갖고 있는 ‘노른자 동동 띄운 진한 쌍화탕’의 편견을 깨는 일이 쉽지 않았다. 오히려 한-EU FTA로 로즈마리와 캐모마일 등 수입산 차(茶)재료들이 값싸게 들어오면서 빠르게 보편화되어 국내 차 시장을 키웠다. 유럽에서 제조한 다른 지역의 원재료까지 수입되면서 고급원재료를 사용하는 농업회사법인 (주)이도는 경쟁력을 잃어갔다.
농업회사법인 (주)이도는 수출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곳곳에 숨겨진 고비들이 이 대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장금’과 ‘허준’ 등 한류 드라마 열풍을 타고 한방에 관심이 치솟던 일본 시장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최악의 재난을 겪으며 폐쇄적인 분위기로 바뀌었고,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원재료가 문제였다. 각국이 허용하고 있는 성분과 기준치가 각각 달랐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는 농축액으로 진하게 먹는 인삼의 경우 유럽에서는 15%로 제한적이다. ‘잘잔다’ 제품에 들어가는 적하수오 역시 유럽에서는 위험 약재로 등록되어 사용할 수 없었다. 각 나라마다 바코드의 일련번호가 달라야 했으며, 유럽의 경우 재활용 마크를 붙이려면 일정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모두 실패한 후에야 배운 것들이었다. 어느 것 하나 쉽게 지나가는 것이 없었다. 숨이 턱턱 막혀왔다.
그저 한국의 좋은 원재료로, 한국의 한의학으로 조제한 발효 한차를 만들어내고 싶을 뿐인데 왜 이리 힘든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포기하면 모든 것이 편할 터였다. 마지막 힘을 짜내어 대출 신청을 하고 얼마 후 업체 심사를 나온 중소기업진흥공단 담당 직원이 가만히 이야기를 듣더니 무역조정지원자금 신청을 권유했다. 컨설팅을 통해 이도의 전통차 품목 다변화 등을 통해 경영 개선의 틀을 잡았다. ‘아, 하늘이 내 노력을 알아주시는구나!’ 한 줄기 희망의 빛이 새어들었다.
무역조정지원자금을 통해 농업회사법인 (주)이도는 안정적 생산 및 납품을 위한 원재료 구입 및 재고를 확보하고 2016년 8월 친환경유기농박람회, 10월 뷰티엑스포 참가 등으로 국내 거래선 확대를 추진했다. 품목 다변화를 위한 연구직 직원과 해외 인력을 각각 고용해 국내외 판로가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2014년 5억대였던 매출은 2015년 무역조정지원사업 이후 2016년에는 6억대로, 2017년은 7억대로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겉모습은 비우고, 농업과 의료는 채우고
농업회사법인 (주)이도의 이은실 대표는 ‘쓸모없는’것은 철저히 배제한다. 그가 제일 기피하는 것은 과대포장. 예쁜 상자에 여러 겹 담아있는 것보다는 쉽게 꺼내는 것이 매일 가까이에 두고 먹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때문에 상자 포장 대신 간단한 기본 팩 포장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티백을 3개씩 끼워줄 정도. 대신 원재료는 무조건 최상급을 유지한다.
현재 농업회사법인 (주)이도는 원재료 자체수급 비중이 30%. 기청산 식물원을 관리했던 경험을 거름삼아 5년 후, 100% 자체 원재료 생산을 목표로 한다. 농약은 물론, 밭갈이도 없이 그저 흙의 생명력에 기대어 키울 예정. 직접 밭을 일구어 생산해낸 재료로 발효해 말리고 볶아 제품까지 완성하는 느린 공정, 믿음직한 6차 산업을 꿈꾼다.
공장 한 켠,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도한의원은 조철화 원장이 환자의 진료를 보는 곳이다. 멀고 외진 곳까지 알음알음 찾아온 환자들은 진료를 받고, 바로 옆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발효 한차를 구매해 집에서도 건강을 챙긴다. 그저 ‘아픈 사람들 찾아다니며 웃을 수 있는 날 만들어주자’던 오래 전 약속으로 시작한 일인데, 세상이 의료 관광이라 이름 붙여주는 것이 쑥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고.
한국인의 뚝심이 세상에 통한 것일까.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농업회사법인 (주)이도를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 작년에 이어 미국 Natural Product Expo 2017과 프랑스 유기농박람회 Natexpo 2017에 참가하며 고객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에누리 없이 만든 좋은 품질의 발효 한차 상자에 각국의 언어로 만든 띠지를 두르며, 영농조합법인 이도는 새로운 한류 바람을 준비하고 있다.
“차를 마시고, 포장지 뒷면의 회사 번호를 찾아 전화하는 경우 있으셨나요? 저희는 직접 문의하는 고객이 참 많으세요. 어떤 때는 한 시간씩 상담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게 저희 이도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해요. 발효 한차는 의료와 식음료 그 사이에 있습니다. 한의학이 갖고 있는 높은 담장을 낮추고, 누구든 본인의 몸을 스스로 치료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저희가 생각하고 있는 목표입니다.”
☞ CEO의 Kick!
충분히 발효할 때까지 겸허하라.
매주 산간오지로 의료봉사를 가곤 한다. 어르신들께 어디를 수술하셨는지, 어떤 약을 복용중이신지 물어 기록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그 순간 나는 숙연해진다. 고작 이렇게 받아 적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내가, 약재 앞에서 어떻게 ‘이제 좀 알 만하다’ 자만할 수 있겠는가. 생약재의 싱싱함은 때로 치기 어린 실수처럼 해를 입힌다. 그러나 뜨거운 온도에서 온 몸이 무르며 숙성의 시간을 거친 발효약재는 부드럽게 스며드는 법을 안다. 잠깐의 눈앞의 성공으로 자만하지 말라. 진짜 자신만의 사업을 위해서는 길고 느린 호흡으로 단전까지 충분히 돌 시간이 필요하다. 겸허하라. 당신도, 나도, 우린 아직 멀었다.